삼성 하우젠 오븐 “스팀”의 지면광고 촬영 때 이야기입니다.
“통닭이 발레를 한다??” 라는 A안과 “통닭이 사우나를 한다??” 의 B안, 이 두 가지 시안이 경쟁을 했고..
두 가지 안 모두에 대한 레퍼런스(촬영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 이미지 자료)를 보여드리기 위해 시안촬영을 해야 했습니다
(최초의 촬영용 러프스케치 시안)
이전에는 그림으로 된 러프스케치 상태로 광고주가 아이디어를 사곤 했었는데 요즘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점점 더 완벽한 수준(결과물 혹은 원고에 가까운 수준)의 시안들을 주고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리 스톡(슬라이드 라이브러리)을 찾아도 비슷한 포즈(?)의 통닭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면서 시안용 촬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인데,
시안 촬영에 요리 코디네이터가 오시는 것도 아니고, 일단 저 혼자 진행을 하고 데이터를 올려드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레퍼런스 제작용으로 촬영된 사진 발래용과 사우나용)
이메일로 받은 러프스케치를 보고 생각을 좀 하다가 통닭을 사들고 자세교정(?)을 시도해 보았는데
이미 웅크린 자세로 익어버린 통닭은 시안과는 거리가 먼 자세로 굳어져 있었습니다.
생각 끝에 정육점에서 생닭을 사다가 자세를 먼저 잡은 후 부탄가스 토치로 겉만 익혀가면서 비슷한 모양의 통닭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촬영된 통닭 이미지로 만든 두개의 시안이 광고주에게 제시되었고 그 중 “통닭이 사우나를 한다??”편이 선택 되었습니다.
(광고주에게 최종 제시된 레퍼런스들)
시안이 마음에 든다며 곧바로 출고하자는 광고주에게 더 좋아질 수 있다면서 애써 시안을 가지고 나오셨다는군요.
실제 원고 촬영하는 날은 요리 코디네이터와 모든 스텝들이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통닭의 걸터앉은 자세를 견고히 만들기 위해 큰 머그 컵 위에 닭을 앉히고
긴 대나무 젓가락을 목 위로 몸통 안에 꽂아 넣어 등뼈가 휘지 않도록 지지해 주었습니다.
꼬고 앉은 통닭의 왼쪽 다리는 오른쪽 다리에 바짝 올려 철사로 묶어 고정을 시켰고 잘려진 통닭의 머리가 좀 허전했기 때문에
야채와 버섯으로 찜질방 양머리수건 모양을 만들어 씌웠습니다.
통닭을 노릿노릿 예쁜 빛깔로 익히기 위해서는 익히면서 식용유를 발라주면 효과가 있습니다
(통닭의 자세를 잡은 후, 토치를 이용해 부분 부분 조심스럽게 익혀갑니다.)
요리가 담겨질 그릇은 통닭을 담을 만큼 넉넉한 크기면서 욕조와 닮은 형태를 골랐습니다.
컬러풀한 야채요리를 만들고 통닭을 앉혀 한 컷에 찍으려 했지만
통닭의 크기 비례와 접시에 기대고 앉은 각도와 그 위치의 변수가 분명히 생길 거란 생각이 들었고
결국 통닭과 요리를 따로 촬영하는 쪽으로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한 컷에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분명히 꽤 큰 접시였지만 통닭의 욕조로는 많이 작아 보였습니다.
(욕조가 될 그릇과 요리, 크기 비례가 안맞아 따로 촬영하였습니다.)
통닭과 요리는 오븐 안의 뜨거운 상황을 고려하여
일반 요리촬영 할 때의 기본 조명(탑 약간 뒤쪽에서 소프트박스로 메인 라이트 + 그릇 앞 쪽에 반사판으로 보조 광 +
한두 개의 허니컴스포트로 좌우 반 역광위치에서 효과 광)위에 조금 더 역광의 효과 광들을 강조해주었습니다.
(촬영된 통닭 원본 이미지 입니다.)
오븐의 전면 유리문에 서린 물방울들을 촬영하기 위해 몇가지로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유리판을 사진과 같이 세팅해 놓고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도 보고 가습기 김을 오래 쬐어도 보았지만 실제 물을 끓여 김이 나오도록 하고
바로 위에 유리판을 설치하는 방법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븐 유리창에 서린 물방울 느낌을 찍기 위한 촬영세팅)
투명한 젖빛 아크릴판을 배경으로 설치하고 뒤에 허니컴 스포트라이트를 설치하여 자연스런 타원의 계조가 부드럽게 생기도록 합니다.
실제 요리와 통닭의 조명에서 반역광의 효과 광들과 비슷한 효과가 나오도록 좌우 반역광의 위치에서 허니컴 스포트를 설치하고
실루엣 상태의 평면적인 물방울들에게 약간의 입체감을 입혀주었습니다.
(촬영된 유리에 맺힌 물방울 이미지)
찜질방에 앉아 사우나를 즐기듯 기대고 누워있는 통닭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씩 웃고 지나갔습니다.
후반 컴퓨터 합성작업도 실감나게 잘 되었구요.
여러 사람들을 한 번 씩 웃길 수 있는 광고라면 그 광고의 효과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좋은 광고란 굳이 길게 말로 하거나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미가 단번에 읽혀질 수 있는 그런 광고라 생각합니다.
심플한 이미지에 간결한 카피 한 줄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광고들 말이죠.
6살짜리 막내 녀석이 이 광고를 보자마자 웃겨 죽겠다는군요.
“번득이는 좋은 아이디어”가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멋진 형식의 옷”을 입었을 때 비로소 좋은 광고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사진가의 입장에서는 기획 초기단계에서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할 기회나 역할이 작습니다만
멋진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촬영 건을 만났을 때 마음이 설레면서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멋진 형식의 옷”을 만들어 줄 열정이 솟구치게 되는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아트디렉터와
그 진가를 한눈에 알아보고 높이 평가해주는 광고주..
그리고 끝까지 제작물의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제작스텝들의 열정..
3박자의 절묘한 조화로 멋진 하모니를 이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 광고주/삼성전자 대행사/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신주연 카피라이터/남재욱
아트바이어/이연일 푸드스타일리스트/ 김경미 컴퓨터아트워크/아이디(박준범) >
lighting/ speedotron 4804 broncolor Grafit A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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